비도 오고 집에 사놓은 식재료도 없고 해서 남편과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이번엔 어디에 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지난번에 가 보려다가 망설이는 바람에 가보지 못했던 SUPER PAN에 가보기로 하였다. 사실 집과는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나 그동안 나는 그냥 오며 가며 간판만 보았던 곳으로 흔하디 흔한 파스타집 중 하나로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얼마 전 지인이 '유명한 맛집'이라고 알려주셔서 알게 된 곳이다. 망설였던 건.. 우리 부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성비'에서 다른 식당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는데 오늘은 배가 너무 고팠던 터라 가격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우리 부부에게 저평가(?) 받긴 했지만 사실 슈퍼판은 오래전부터 이촌동 맛집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20년 경력의 이촌동 맛선생 우정욱 셰프님의 조미료 0%의 퓨전 가정식 레스토랑이라고 하며 검색을 해보면 서울의 다른 곳에서도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었다.
보통은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는 곳인데 우리는 즉흥적으로 가기로 결정했던 터라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서 예약을 하였는지 물어보셨다. 다행히 빈 테이블이 있어서 식사를 할 수는 있었으나 평일이 아닌 날에 오거나 조금 많은 인원이 오게 된다면 예약은 필수인 듯하다. 디너의 라스트 오더는 저녁 8시까지이고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는 술과 안주를 파는 술집으로 변신한다.
3인 이상 올 때만 주문이 가능하다는 코스메뉴는 어쩔 수 없이 패스하고 무엇을 먹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라자냐, 남편은 소고기 토마토 절임 샐러드를 주문하였다. 사실 많은 메뉴들이 있어 먹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다음에 특별한 날 코스로 먹어보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각각의 메뉴마다 특색이 있어 보여서 나중에 검색을 하고 보니 먹고 싶은 메뉴가 정말 많아지기도 했다.
잠시 동안의 기다림 뒤에 소고기 토마토 절임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절여진 토마토를 썰어서 그 사이에 소고기를 채우고 위에 양파와 참외, 루꼴라, 오이 고추 등을 얹은 샐러드이다. 서빙을 하는 직원이 같이 제공되는 칼로 완전히 잘려 있지 않은 토마토의 연결부위를 자르고 위에 있는 다양한 야채와 함께 먹으라고 알려주었다.
처음의 비주얼을 유지해가면서 먹고 싶었지만..토마토를 자르고 나니 샐러드 탑이 무너져 내렸고 토마토와 소고기, 각종 야채를 섞어서 함께 먹으니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까지 상쾌했다. 음식이 나온 지 5분도 안되어 다 먹어버린 것 같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남편에게 최적의 음식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라자냐는 뭔가 꾸덕하고 무거운 음식을 먹고 싶었던 나의 선택이었다.
슈퍼판의 라자냐는 라구소스, 즉 소고기 토마토소스에 버섯, 가지, 치즈 등을 얹은 요리인데 진한 소고기 토마토소스와 버섯, 가지, 치즈의 풍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오븐에 들어갔다 나온 음식이라 그릇과 음식이 모두 뜨겁지만 길게 쭈욱 늘어나는 치즈를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배가 고팠던 나와 남편은 샐러드 때와 마찬가지로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릇을 모두 비워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코스를 시키는 거였는데...'라며 농담 아닌 농담 같은 마음이 잠시 들기도 했다.
사실 오늘 먹은 두 가지의 요리로만 슈퍼판을 평가하거나 슈퍼판의 진면목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어서, 남편과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음번에는 코스요리로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인터넷 검색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미료를 쓰지 않고서도 충분히 맛있고 신선한 요리를 제공하고 있었고 메뉴판에 아직 맛보지 못한 요리들이 많이 있어서 다음 방문이 더 기대되는 곳이다. 물론 '가성비'는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을만한 맛과 신선한 재료들이 이곳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돈까스잔치(동빙고) - 돈까스도 먹고 싶고 잔치국수도 먹고 싶다면 (0) | 2019.10.07 |
---|---|
이촌 가온 - 이촌동에서 따뜻한 곰국시가 먹고 싶을 때... (0) | 2019.09.04 |
이촌동 떡볶이맛집 - 슈퍼스타 떡볶이, Marvel 피규어들이 보고 싶다면... (0) | 2019.08.28 |
르번미(Le bunmie) - 줄 서서 먹는 이촌동 베트남 음식 맛집 (0) | 2019.08.28 |
일미 부대찌개 스테이크 - 고픈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한 끼 (2) | 2019.08.08 |
댓글 영역